1. 한마음으로 서로 돕고 힘을 모아
"한번 죽음으로써 황제의 은혜에 보답하고, 우리 2000만 동포 형제에게 사죄한다. 그러나 죽어도 죽지 않고, 지하에서라도 여러분을 기어이 도울 것이다. 동포 형제들은 1000만 배나 마음과 기운을 더해 지기(志氣)를 굳게 하고, 학문에 힘쓰며, 한마음으로 서로 돕고 힘을 모아 우리의 자유 독립을 회복하라."
이 유서는 대한제국의 외교관이자 독립운동가인 충정공 민영환(1861∼1905)의 마지막 메시지입니다. 민영환은 을사늑약(1905년)을 체결하는 것에 반대하며 자신의 목숨을 바쳐 항의했습니다. 그의 유서는 단순한 개인의 유언을 넘어, 당시 한국이 직면했던 역사적 상황과 민족적 비애를 담고 있습니다.
2. 강력한 항의와 저항의 상징
민영환은 대한제국의 중요한 외교관으로, 국제 무대에서 대한제국의 독립과 주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압박과 을사늑약 체결로 인해 나라의 주권이 유린되자, 그는 이를 견디지 못하고 자결을 선택했습니다. 그의 자결은 단순한 죽음이 아닌,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강력한 항의와 저항의 상징으로 남았습니다.
최근 국가유산청은 민영환의 유서를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습니다. 이 유서는 그의 생전 의지를 후세에 전달하고, 역사적 사건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하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유서는 현재 고려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박물관과 협력하여 체계적으로 보존 및 관리될 예정입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순국 당시 긴박한 상황과 민충정공(민영환을 높여 부르는 말)의 정신을 후세에게 알릴 수 있는 중요한 사료이자 문화유산"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민영환의 유서는 명함 크기(6x9.2cm)의 종이에 적혀 있습니다. 앞면에는 '육군 부장 정일품 대훈위 민영환(陸軍副將正一品大勳位閔泳煥)'이라는 직함과 함께, 뒷면에는 'Min Young Hwan'이라는 영문과 '민영환'이라는 한글 이름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는 명함의 앞뒷면에 걸쳐 연필로 깨알같이 글을 적어, 동포들에게 각성을 촉구하고 자유와 독립을 위한 결의를 다지도록 호소했습니다. 이 유서는 그의 옷깃 속에서 발견되었으며, 이후 그의 유족에 의해 봉투에 넣어 소장되다가 1958년 고려대학교 박물관에 기증되었습니다.
민영환의 유품이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 유품은 그가 생전에 입었던 서구식 군복입니다. 이 군복은 1897∼1900년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모자, 상·하의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개정된 '육군장졸복장제식'에 따라 제작된 예모(禮帽, 예복을 입을 때 쓰는 모자)와 대례의(大禮衣, 상의), 소례 견장(肩章, 제복의 어깨에 붙이는 표장)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군복은 지난해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국가유산청은 민영환의 유서 외에도 '홍재일기'와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 예고했습니다. '홍재일기'는 전북 부안군의 유생 기행현이 1866년부터 1911년까지 작성한 일기로, 일곱 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일기는 동학농민혁명기 백산대회의 일자를 비롯해 당시 사회의 변화와 역사적 사건들을 기록한 중요한 사료입니다. 특히, 백산대회는 동학농민혁명의 시작을 알린 대규모 군중 집회로, 일기에는 그 일자가 1894년 음력 3월 26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는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중요한 역사적 사실입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홍재일기는 1866년부터 1894년 동학농민혁명이 발발하기 전까지 약 30년간의 물가 변동, 가뭄, 세금 등 기록도 담고 있어,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부안 사회의 변화상을 조명하는 데 중요한 사료로 평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3.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은 일제강점기 동안 미쓰비시 제강에 동원된 한국인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거주했던 공간입니다. 이 줄사택은 인천광역시 부평구에 위치한 서른네 필지(1329㎡)에 걸쳐 있으며, 연립주택 형태로 여러 호가 줄지어 있는 구조입니다. 해방 이후에도 도시 노동자들을 비롯한 다양한 계층의 주거 공간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은 다양한 계층의 삶의 흔적이 남아 있어, 역사와 주거사(住居史) 측면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처럼 민영환의 유서와 다른 국가등록문화유산들은 우리 역사와 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이루고 있으며, 이를 보존하고 후세에 전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국가유산청과 고려대학교 박물관의 협력으로 이러한 유산들이 체계적으로 보존되고 관리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